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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습격사건 영향 명장면

한 줄로 요약하자면 "관객들은 만장일치로 열광했지만 평론가들은 중구난방 나눠진 영화"였다. 색다른 코미디 코드에 열광한 평론가도 있었고 너무 직설적인 범죄와 욕설로 혐오감을 드러낸 평론가도 있었다. 전반적으로 신선하다는 평이 많았다. 몇몇 이 시대에 경험해보지 않았던 이들이 이 영화가 평론가들에게 죽도록 까였다고 하는데 이 당시 까이는 영화는 오히려 통속적인 멜로나 가벼운 개그코드로 무장한 지금 같으면 건전하고 부드러운 영화라고 평가받는 영화들이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주유소를 턴다는 파격적인 설정 및 개그 코드가 매우 충만했던 영화였기 때문에 씨네21 평론가들의 20자평은 그럭저럭 평타 이상으로 그 별점 짜다고 유명한 박평식도 별 세 개를 줄 정도로[11] 평론가들이 대체적으로 난색을 표했던 작품만은 아니었다. 외려 새로운 면을 보이기도 했고 꽤나 다양한 시도가 있던 작품이었기에 "재밌지만 좀 아쉽다."라는 반응이 주를 이었다. 물론, 이 영화를 부정적이게 바라보는 평론가들도 더러 있긴 했었다. 모방범죄를 우려해서 위험하다고까지 한 사람이 있었을 정도였는데 실제로 모방범죄를 저질렀던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1990년대부터 한국 영화계가 르네상스의 시작을 알리는 부흥기와 감독, 배우들의 세대 교체기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한국 코미디 영화를 대표하는 기념비적인 걸작으로 봐도 전혀 부족하지 않다. 흥행 성적을 봐도 실패했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네이버 영화에 올라와 있는 평론가의 평점은 대체적으로 무난한 편이고 그 누구도 6점 아래 점수는 주지 않았다. 소금왕 박평식이 6점을 줄 정도니... 즉, 지금에 와서는 코미디 영화 중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개봉 당시 서울 70만, 전국 230만이 넘는 관객이 본 대박작으로 한국 코미디 영화계에서 엄청난 파급효과를 낳았으며, 이후 모방 범죄로 실제 주유소를 털려다가 붙잡힌 범죄자들도 있었을 정도였다.

특히나 주유소 습격사건은 그 당대에서 웃기다는 점으로 굉장히 어필을 하면서 관객 몰이를 했던 영화였는데 이 때 형성된 개그 코드는 그 이후 한국 영화의 부흥기 및 발전에 있어서 내내 사용되는 코드가 되었다. 사람이 때리고 맞는 것으로 웃기고 또는 찰진 욕하는 것으로 웃기는 영화는 그 전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개그 코드였다. 당대에 그러한 이유로 주유소 습격사건은 재고의 여지도 없이 청불을 받았다. 그래도 알게모르게 어지간한 학생들은 다 보는 영화였다. 2010년대의 한국 영화들을 살펴보면 12세나 15세 관람가에도 주유소 습격 사건 수준의 영화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주유소 습격사건은 피 튀기는 잔인한 장면이나 노골적으로 선정적인 장면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0년대에 등급판정의 수위라면 12세, 15세 정도에서 판정이 날 수도 있겠지만, 극후반부에서 강도상해 및 방화미수 등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주인공 4인방이 유유히 사라지며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은 듯한 그들의 평화로운 후일이 그려지는 결말은 권선징악을 그리지 않은 만큼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은 받을 가능성 또한 크다.

이 부분은 무조건 등급위원회 탓만 할 수도 없는게 97년 청보법의 강화로 소위 말하는 일진들이 일본만화를 보고 따라했다는 증언 한마디로 인해 미디어들이 집중적으로 저격당하던 시대였다. 광복절 기념으로 폭주족이 날뛰거나 본드같은 환각제를 미성년자들이 불어대다 잡히는 뉴스가 심심찮게 나오던 시대라 그냥이라는 이유로 주유소를 털고 휘발유를 뿌려 방화 협박하는 장면을 15세로 했다간 뉴스데스크에 나오는 건 시간 문제였기 때문. 그리고 현재 영등위 등급 기준이 기생충, 조커, 판의 미로 등을 미성년자 관람가로 설정해놓는 바람에 오히려 관람객들이 영등위가 정상인지 의심된다고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알다시피 미성년자 관람가는 보호자가 함께 하면 유치원생도 동반 가능하기 때문에 맘카페에선 조커 애들이랑 보러 가도 되냐고 물어보는 철없는 엄마들이 넘쳐나는게 현실이다.

다만 이 영화를 지금 보면 알겠지만 요즘 같은 시대라면 15세 관람가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작품이다. 그 말인 즉슨, 사회상과 영화의 심의기준이 근 20년간 급격히 변했다는 것.

여튼 주유소 습격사건의 개그 코드는 한국 영화 전반에 걸쳐 널리 퍼지게 된다.